코로나19와 디지털 전환 그리고 한국판 뉴딜 (다운로드 : 308회)

금년 초 코로나19가 중국에서 확산되기 시작해 전 세계에 퍼진 후 세계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될 만큼의 충격을 받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세계전쟁은 감염병 대유행 단계인 팬데믹(Pandemic)을 겪고 있고 언제 끝날지, 어떻게 될지 아직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다소 이를지 모르지만, 코로나19 이전과는 매우 다른 세계 경제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0세기 이후 세계를 지배한 글로벌화의 종말이 가까워졌다거나 언택트(Untact, 비접촉), 임모빌러티(Immobility, 부동성) 사회로 변화할 것이라는 주장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코로나 사태가 우리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변화에 대해 여러 시각과 용어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소프트웨어 분야에 종사하는 필자가 보기에는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한 영향의 핵심은 ‘인류 사회 디지털화의 폭발적 가속화’가 아닐까 한다. 최근 재택근무, 언택 산업의 급부상 등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현실적으로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일과 소비의 방식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코로나 사태를 통해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이고 가급적 빨리 시행해야 할 목표라는 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크게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미래학자인 토머스 프레이(Thomas Frey) 다빈치연구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리부트(Reboot, 재시동)될 것이라면서 하드웨어 시대가 저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필자도 코로나 사태가 우리 사회의 디지털화 리부트 버튼 또는 가속 버튼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거대한 디지털화의 물결이 감지되는 이 시점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발 빠르게 시도하고 있는 것 같다. 4월 28일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3기 운영 방향으로 ‘경제사회 위기의 대응, 일상복귀를 넘어 디지털 전환을 통한 대변화’를 제시하고 코로나 사태로 일자리, 긴급재난지원과 같은 경제 현안뿐만 아니라 비대면화 등에 대응하는 구조 재설계 혁신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4월 재택, 원격근무 및 교육지원 방안으로 비대면 사업 전환을 위한 컨설팅, 원격근무와 교육 지원을 위한 솔루션 등 기술개발, 제도개선 방침 등을 발표하였다. 이와 같이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여 우리의 디지털 역량을 전면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매우 시의적절했다고 하겠다.

특히, 5월 7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한국판 뉴딜’은 그 취지가 단순히 코로나 사태 극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 위기를 혁신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미래를 대비하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한국판 뉴딜의 추진목표는 경제구조 고도화와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상위목표로 정하고 있고 이를 위한 실천목표로는 디지털 경제 촉진을 위한 미래지향적 대규모 사업추진으로 설정하고 있다. 구체적 추진 프로젝트로는 세가지를 선정하였는데 첫째는 디지털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이다. 이를 위해 데이터 수집·활용 기반 구축, 5G 등 네트워크 고도화, AI 인프라 확충 및 융합확산 등의 세부과제가 제시되었다. 둘째로는 비대면 산업 육성 프로젝트이다. 이를 위한 세부과제로는 원격교육 플랫폼 등 비대면 서비스 확산, 클라우드 및 사이버 안전망 강화과제가 그리고 셋째로 SOC 디지털화가 뉴딜 프로젝트로 제시되었다. 앞으로 이러한 정부 정책이 취지대로 추진되어 우리나라의 디지털 역량 제고와 사회 고도화, 미래형 일자리 창출에 효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만, 정책 세부방안이 6월 초 발표될 예정이고 구체적인 예산은 3차 추경이나 내년 이후 예산에 반영될 예정이어서 아직 사회적 논의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으로 앞으로 추진과정에서 어느 정도 보완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필자가 뉴딜정책 추진에 고려했으면 하는 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 디지털 전환이 인프라 구축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제시된 비대면 사회 전환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사회 제도, 관습 등과 같이 변화해 나가야 하는데 이에 대한 문제 제기와 사회적 고민이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사회 변화의 주체가 디지털이 아닌 이를 이용하는 ‘사람’에 있고 사람의 변화는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디지털 기반이 변화해도 이를 이용하는 주체들의 역량이나 태도 변화가 없다면,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도 있다.

둘째, 디지털 전환에 있어 정부 개입의 정도와 역할에 대해 세심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지난 2019년 권고문을 통해 국가경쟁력과 지능화를 고려한 산업별 맞춤 전략을 추진할 경우 민간주도, 정부 조력이라는 대원칙을 명심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한국판 뉴딜정책은 비록 디지털 기반에 중심을 둔 것이고 현재의 위기상황에서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 주도라는 전통적 루스벨트 방식을 크게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가능한 직접적인 시장개입을 최소화하면서 민간주도가 되도록 하는 운영방식이 고민되어야 한다. 특히, 시장규모가 작거나 시장형성 초기 분야의 경우 정부 지원 사업이 특정 민간사업에 커다란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구체화 과정에서 매우 세밀하면서도 중립적 추진이 되도록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기존 정책과의 조율이 필요하다. 지난 2~3년간 우리나라는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겠다는 정책목표에 따라 다양한 ICT 정책들을 발표해왔다. 정부의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정책효과가 목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주요 정책도 지속되어야 한다. 따라서 뉴딜정책과 기존 정책에서의 우선순위 조율이 필요하다. 기존의 정책 중 뉴딜정책에 포용할 수 있는 것은 포용하고 별도 추진되어야 할 과제들도 적절하게 관리해 나가도록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관련 정책은 단기간 성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은 분야지만 4차산업혁명의 핵심 요소이면서 디지털 전환의 기초인 만큼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 AI 융합확산, SOC 디지털화 등이 한국형 뉴딜 과제에 포함은 되어 있지만, 관련 프로젝트에서 소프트웨어 관련 정책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사업이 마땅치 않고 성과 내기 쉽지 않다는 이유로 소프트웨어 대신 예산투입 중심의 물적(物的) 사업에만 주력해서는 안된다. 디지털화 대전환, 사회구조 고도화라는 시대적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결국 소프트웨어에 답이 있기 때문이다.

키워드 코로나19 디지털 전환 월간SW중심사회 2020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