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블록체인을 기다리는 당면 과제
  • 이중엽산업정책연구실 선임연구원
날짜2019.03.22
조회수13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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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시각이 보다 이성적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기대에 비해 성과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블록체인이 최선의 대안인가라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올해는 블록체인 기술의 실질적인 가치를 증명해 보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블록체인 적용이 단편적 개선에 그치지 않고 생태계를 구성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문제에 대한 명확한 가치제안과 투자확대를 이끄는 지속 가능한 전략수립이 필요하다.
    • 2018년 한 해 동안 비트코인은 2,600만 원에서 360만 원선까지 급락했다. 이와 함께 블록체인과 암호 자산에 대한 기대도 보다 이성적으로 바뀌고 있다. 블록체인이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주요 기술로 자리 잡기에는 보여 준 것이 충분하지 않다. 기술은 보다 성숙되어야 하고 제도와 정책의 뒷받침이 필요한 부분도 남아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블록체인 도입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산업이나 서비스 혹은 과업이 어떤 것인지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하이프사이클이 바닥에 가까워질 것으로 보이는 올해 블록체인 산업은 중요한 기로에 놓이고 있다. 거품을 걷어 내고 제대로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블록체인의 실질적인 가치 증명’이라는 과제를 어떻게 풀어내는가에 있다. 보스턴컨설팅과 맥킨지의 최근 보고서를 통해 블록체인이 풀어야 할 과제를 확인해 본다.
  • 블록체인의 역설(Paradox) 해결하기(BCG, 2019.1.)
    • 물류·유통 분야는 금융에 이어 블록체인 기술 활용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질 산업으로 기대되고 있다.1 일반적으로 블록체인은 다수 참여자나 복수의 가치사슬을 연계할 때 더욱 효과적이다. 물류·유통 분야에서 블록체인 활용이 필요하다고 보는 주요 이유도 다양한 가치사슬을 가진 복수의 이해당사자들을 연계하여 정보를 효율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블록체인이 구축되면 모든 참여자는 신뢰할 수 있는 하나의 통로(single version of truth)를 제공 받아 사기 위험을 줄이고 실시간 추적·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스마트계약을 활용하면 반복적인 프로세스를 자동화할 수 있다는 이점도 가진다. [그림1]에서와 같이 물류·유통에서 블록체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점은 이외에도 다양하다.
    • 그림 1 블록체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물류유통 분야 문제점
      그림 1 블록체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물류유통 분야 문제점
    • 그런데 최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발표한 보고서2는 이러한 잠재된 편익(potential benefits)에 비해 실제 블록체인의 도입은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BCG가 물류·유통업계(T&L, Trade and Logistics) 대표 1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응답자의 대다수(88%)는 블록체인 기술이 산업을 붕괴(disrupt)시키는 수준의 영향을 일정부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
    • 그리고 대부분(59%)이 향후 2~5년 내에 그런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생각
    • 그러나 여전히 다수(74%)는 형식적으로 기회를 탐색하거나 전혀 고려하지 않음
    • BCG는 실제 필요성을 알고 있지만 적용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블록체인을 통해 해결하려던 부분이 오히려 도입의 장애물이 되는 역설(Paradox)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류·유통 산업은 일반적으로 여러 나라에 걸쳐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고 복잡한 규제 요건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여러 주체들이 참여하여 다양한 가치사슬이 존재하는 분야는 블록체인을 적용하기 적합한 곳으로 본다. 하지만 현재 물류·유통 산업은 고도로 파편화되어 있는 가치사슬들이 공통적인 기술 표준이나 플랫폼의 채택을 방해하고 있다. 또한 산업계 주체들 간의 조정력 부족과 표준의 부재는 도입 비용을 증가시키고 결국 잠재적 수익을 감소시킨다. 이와 함께 경쟁이 심한 물류·유통 산업 특성상 참가자들이 정보 공유를 꺼리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기업들이 오랜 관계를 유지해온 중개업자와 참여자들에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외에는 정보를 공유하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하여 매출과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추가로 BCG의 조사에서 물류·유통 임원의 16%만이 블록체인 기술과 그들의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응답했다. 블록체인이 자사의 10대 전략 우선순위 안에 든다고 대답한 임원은 20%에 불과했다. 아직 블록체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점도 기술에 대한 신뢰 문제를 극복하는 데 중요한 장애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 극복(Mckinsey, 2019.1.)
    • 맥킨지의 최근 보고서3도 블록체인이 잠재적인 국면전환자(Game Changer)로서 부상했으나 투입 대비 성취는 떨어진다고 본다.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 산업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보다는 꼭 블록체인으로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맥킨지가 제시한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4은 단순한 해결책을 가장 최선으로 보는 문제해결 방법이다. 이에 비추어 볼 때, 블록체인 솔루션은 정돈되지 않은 느낌(Somewhat Clunky)을 준다고 평한다. 현재 블록체인은 분권화된 환경, 비효율적인 데이터 관리, 트랜잭션의 한계와 대기시간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런 모든 부분을 잘 고려하여 구현하면 기존 비즈니스 환경의 솔루션이 될 수 있다는 가정은 블록체인의 활용범위를 모호하게 만든다. 불필요한 가정을 잘라내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의 본질에 단순하게 접근할 때 오컴의 올바른 정답을 찾아낼 수 있다. 블록체인은 만능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맥킨지는 비트코인으로 인해 주목받은 ‘결제’시장에서도 대체 솔루션들의 등장과 핀테크 투자자들의 동향을 감안할 때, 블록체인이 새로운 지불수단으로서 정답이 아닐 수 있다고 본다. 물론 블록체인이 현재 초기 기술이라는 점은 간과하지 않는다. 그는 고전적인 생명주기(Lifecycle) 이론을 예로 들며 산업이나 제품의 진화를 개척, 성장, 성숙, 쇠퇴의 4단계로 나눌 수 있다고 제안한다. 1단계에서는 기술이 불완전하며 매출이 저조하고 투자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경향도 있다. [그림2]에서와 같이 블록체인의 대다수 프로젝트가 아직도 1단계에 머무르고 있지만 명확한 문제(Pain point)의 해결에 집중할 경우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기술적인 문제도 제3세대 솔루션 등을 통해 해결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도 빼놓지 않는다.
    • 그림 2 시장 규모에 따른 블록체인 생명주기
      그림 2 시장 규모에 따른 블록체인 생명주기
      ※ 출처 : Mckinsey(2019)
    • 맥킨지는 현재 블록체인이 가지는 실질적인 가치가 특화기능(Niche applications), IT 현대화(Modernization value) 그리고 선도 이미지 구축(Reputational value)이라고 평가한다. 공급망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나 보험 산업 등에서 특정 문제 해결에 집중한 경우, 블록체인은 기존의 비효율을 개선하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IT 현대화의 기회로만 활용하며 실제로는 디지털화와 프로세스 개선을 이끄는 도구 정도로 활용하는 경우는 전체 IT 프로젝트의 극히 일부에만 적용되거나 제대로 된 분산원장 기술이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주주나 경쟁자에게 혁신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도 상용화 수준으로 확장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생명주기 2단계에 속할 수 있는 ‘규모의 활용사례(Use case)’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들이 해결되어야 한다.
  • 블록체인의 겨울나기
    • 두 보고서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해결책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명확한 문제(Paint point) 인식과 진단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구체적인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생태계 모두를 포함하는 가치를 제시할 수 있어야 부분을 해결하는 형태가 아닌 비즈니스 생태계를 재구성하는 블록체인(혹은 분산원장)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투자수익(ROI, Return on Investment) 기반의 목표설정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물류·유통 산업의 경우 해운업자와 운송업자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은행들은 신용장 발행 수수료를 유지하려고 하며, 터미널은 컨테이너 이동이나 보관과 관련된 수입을 보존하려 한다. 또한, 정부와 규제 당국은 사기 및 자금세탁 방지와 관련된 비용들을 줄일 수 있기를 원한다. 그러므로 가시적인 성과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객관화된 가치가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시작은 기술 및 산업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블록체인이 만능 열쇠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현재의 문제점에 대한 검토와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기술의 잠재력을 평가해야 한다. 가장 관련성이 높은 활용 사례를 검토하여 구축 전략을 수립하며, 해당 기업에 해당되는 핵심 가치제안을 포함하는 블록체인 도입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 그림 3 블록체인 도입 및 활용을 위한 4단계
      그림 3 블록체인 도입 및 활용을 위한 4단계
      ※ 출처 : BCG(2019)
  • 시사점
    •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도입 전략의 수립에서부터 향후 확장성(Scale)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정보화전략계획(ISP, Information Strategy Planning)을 수립하는 것과 같이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전사 IT 전략을 다시 살펴보는 분석이 될 수 있다. 공공 분야 시범사업의 경우 분야별 블록체인 적용 사례뿐 아니라 정보화 전략 계획 등의 컨설팅 내용도 가능한 범위에서 공유가 필요하다. 기술 시연이나 결과가 아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도입활성화 측면에서 유용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참조할 수 있는 체계화된 컨설팅 방법론은 유사 프로젝트 구축이나 규모의 프로젝트로 확장해 나가는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 ICO(Initial Coin Offerings)와 관련한 거품이 문제를 일으키던 과정에서도 활용사례를 분석하고 실질적인 가치를 찾으려는 노력들은 지속되어 왔다. 이더리움이나 하이퍼레저에 대한 연구회 등에서도 기술적 개선과 비즈니스적 가치를 좀 더 눈여겨보고 있다. 작년 말 서울, 싱가포르와 도쿄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던 ‘Not for Sale(www.notforsale.io)’도 그런 공동체 모임의 하나다. 닷컴버블 이후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수많은 의구심을 이겨내고 명확한 비즈니스 가치를 이끌어낸 기업들은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단기적인 자산 확보 목적보다 비즈니스의 실제 가치에 보다 주목하고 있는 지금부터가 블록체인 산업 2.0이 제대로 시작될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1 IDC(2018)는 블록체인 세계시장 규모가 2017년 7.5억 달러 규모에서 2022년 110억 달러 수준으로 연평균 70%대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으며 상위 3분야를 Financial Service(36%), Distribution & Services(25%), Manufacturing & Resources(22%)로 보았다.
    • 2 BCG(2019.1.), “Resolving the Blockchain Paradox in Transportation and Logistics”.
    • 3 Mckinsey(2019.1.), “Blockchain’s Occam problem”.
    • 4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 또는 Ockham’s Razor)은 14세기 영국의 프란체스코회 수사였던 오컴의 윌리엄(William of Ockham)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실제로는 오컴의 사후에 활용이 되고 있으며 ‘Plurality is not to be posited without necessity’와 같이 불필요한 가정은 제외한다는 의미로 활용된다. 여기서 면도날은 필요하지 않은 가설을 잘라낸다는 비유로, 필연성 없는 개념을 배제하려 한 ‘간결성의 원칙(Principle of Parsimony)’에 근거한다.(위키피디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