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와 동전의 디지털 전환

  • 유호석산업정책연구실 책임연구원
날짜2018.11.27
조회수18488
글자크기
    • 정부·지자체가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절감을 목적으로 QR코드 방식의 제로페이를 도입하기로 하고 지난 10월 29일부터 가맹점 모집을 개시함
    • 제로페이와 같은 방식의 간편결제는 수수료 절감뿐 아니라, 다수의 국가에서 보편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소액화폐의 디지털 전환’ 현상으로 이해해야 함
    • 이에 수수료 절감 수단을 넘어 경제적·사회적 효용을 높이는 수단으로 정책적 연계를 강화하고, 제로페이 도입을 저해하는 신용카드 관련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음
  • 제로페이의 등장과 이해관계자의 입장
    • (국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의 불만과 이에 따른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인하 필요성이 제로페이 추진의 동력이 되고 있음
    • (정부·지자체)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가 결제수수료가 0%~0.5%로 저렴한‘제로페이’ 사업을 시범 실시하기 위해 지난 10월 29일부터 가맹점 모집을 개시함
    • 협약기관 : 중소벤처기업부, 서울시, 부산시, 인천시, 전라남도, 경상남도
    • 협약사업자 : 5개 민간결제사업자(카카오페이, 네이버, 페이코, 한국스마트카드, 비씨카드), 11개 은행 , 판매자&소비자 단체 등1
    • 그림 1 제로페이 플랫폼 참여자
      그림 1 제로페이 플랫폼 참여자
      ※ 출처 : 서울시 홈페이지
    • (소상공인)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이 크다며 요율 인하를 요구해온 입장에서 제로페이를 환영하나, 카드사용자 유인책이 크지 않은 점을 우려됨
    • 표 1 제로페이와 기존 신용카드의 수수료 비교
      <표 1> 제로페이와 기존 신용카드의 수수료 비교
      제로페이 수수료 신용카드 수수료
      8억 원 이하 0%


      <<

      3억 원 이하 0.8%
      8억 원~12억 원 0.3% 3억 원~5억 원 1.3%
      12억 원 초과 0.5% 5억 원 이상 2.5%
      ※ 주 : 금액은 연매출 기준임
    • 그림 2 기존 신용카드의 가맹점 수수료 구조
      그림 2 기존 신용카드의 가맹점 수수료 구조
      ※ 출처 : 2018.7.20. 서울페이 도입 추진계획, 제로페이 국회토론회
    • (카드사용자) 신용카드의 소득공제율 15%, 체크카드의 30%보다도 높은 40%의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나, 기존 플라스틱 카드 대신 사용자가 직접 앱을 실행하여 QR코드를 인식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존재함
    • 그림 4 QR코드 방식의 제로페이 사용 절차
    • (신용카드사) 카드사용자가 외상 구매(여신) 기능 등 신용카드의 이점*을 포기하기 어렵고 카드사용자 유인매력도가 적어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효과는 미미한 반면, 민간 결제시장에만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함
    • * 신용카드의 이점
    • ① 구매 즉시 출금하지 않고 카드결제일에 일괄출금되는 여신기능
    • ② 할인, 포인트 적립 등 다양한 보상
    • ③ 카드를 판매자에게 전달만 하면 결제완료
    • ④ 전국 290만 개 가맹점 어디서나 사용이 가능
    • (※ 출처 : 2018.7.20. <서울페이 도입 추진계획>, 제로페이 국회토론회)
  • 제로페이의 특징
    • 기술적 특징 : 푸쉬(Push)페이먼트
    • 푸쉬페이먼트(Push Payment)는 소비자가 주도권을 가지고 결제를 위한 최소한의 정보만을 금융기관에 제공하여(Pushing) 결제가 이루어지는 방식임
    • 풀페이먼트(Pull Payment)는 판매자가 주도권을 가지고 카드정보, 계좌정보 등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기존 신용카드에서 사용함
    • 표 2 푸쉬페이먼트 기술의 장단점
      <표 2> 푸쉬페이먼트 기술의 장단점
      장점 단점
      • ▪신용카드 결제기가 없이도 비현금거래가 가능
      • ▪수수료 절감뿐 아니라, 현금이체를 통한 높은 자금회전율 가능
      • ▪고객을 속여 실시간 결제를 유도하는 사기가 가능
        • -실시간으로 지급이 되어 결제완료 시 결제과정을 되돌릴 수 없다는 특징을 이용
      • (사기사례) 영국의 한 부부는 청구서를 이메일을 통해 건네받은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은행정보가 변경되었다는 정보가 담긴 두번째 이메일을 받은 후 큰 금액의 서비스대금을 변경된 은행계좌로 이체
        • -두 번째 이메일은 악의적 수취인에 의해 송부된 청구서로 본래의 건축업체에서 보낸 문서양식 및 회사로고를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었으며, 비슷한 이메일을 사용하여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고객은 잘못된 은행계좌로 결제하게 되는 피해 발생
      ※ 출처 : 김민정(2018),‘영국 내 푸쉬페이먼트 결제방식의 부상 및 감독기조 변화’, 여신금융연구소.
    • 사업적 특징 : 오픈형, 다면플랫폼 사업으로서 네트워크 효과 창출이 관건
    • 다면플랫폼은 일반적으로 초기 사용자 확보가 어려우나, 일단 임계치를 넘어서면 급격한 지수적인 성장이 가능한 특성을 가짐
    • 제로페이는 기존 신용카드 시스템에 비교하여 판매자, 민간기업, 소비자 外 정부·지자체 까지 다면플랫폼의 특성을 가짐
    • 제로페이는 정부·지자체의 역할에 따라 신용카드 대비 더 성장할 수도, 반대로 네트워크 효과 창출에 실패할 가능성도 있음
    • 제로페이가 전국 단위가 아닌 지자체별로 시작하는 것은 초기 네트워크 규모 측면에서 부정적이나, 과거 서울시 교통카드의 사례를 따라 단기간 내에 인근 지자체로 확산해 나가는 것이 성공의 관건으로 분석됨
    • 그림 5 제로페이 플랫폼의 운영방식
      그림 5 제로페이 플랫폼의 운영방식
      ※ 출처 : 2018.7.20. 서울페이 도입 추진계획, 제로페이 국회토론회.
  • 제로페이의 재해석 :‘현금의 디지털 전환’,‘동전없는 사회’
    •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의 불만과 이에 따른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인하 필요성이 제로페이 추진의 동력이 되고 있음
    • 그러나 스마트폰을 활용한 푸쉬 페이먼트는 글로벌 차원의 보편적인 현상으로서, 그동안 현금을 직접 주고받는 것을 당연히 여겼던 소액 현금(동전)거래마저 디지털로 전환되고 있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음
    • 중국의 알리페이(Alipay)는 인구의 40%인 5억 2,000만 명이 쓰며 가게, 식당, 노점에서 물건을 사는 것은 물론, 거지도 알리페이로 돈을 구걸하고 있음
    • 그림 6 중국 속에 녹아든 동전 없는 사회, 알리페이
      그림 6 중국 속에 녹아든 동전 없는 사회, 알리페이
    • 덴마크의 단스케뱅크는 모바일 결제시스템‘모바일 페이’를 도입했는데, 덴마크 인구(약 560만 명)의 60% 이상이 이용
    • 스웨덴 6대 은행이 출시한 스위시(Swish)는 2016년 말 기준 전체 인구의 52.6%(약 500만 명)가 사용함
    • 표 3 해외 주요 국가의 비현금화 추진 현황
      <표 3> 해외 주요 국가의 비현금화 추진 현황
      구분 내용
      스웨덴 대중교통 요금의 현금 결제 제한, 약 70% 은행에서 현금 수납 불가
      덴마크 특정 소매 업종(의류판매·식당·주유소)에서 현금 수납을 거부할 수 있는 법안 발의
      이스라엘 현금 없는 사회를 추진하기 위해 정부 각 부처 관계자가 참여한 위원회 설립
      캐나다 전자 지불 결제를 확대하기 위한 협의체 구성
      홍콩·싱가포르 국가 주도로 비현금 결제 기술 연구기관 설립
      ※ 출처 : 여신금융연구소
    • 신용카드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일부 노점과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 판매점에서는 여전히 소비자가 꼭 현금을 소지해야 하는 불편은 지속됨
    • 한국은행의‘2016년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전통시장(79.2%), 병원·약국(60.6%), 편의점(60.2%) 순으로 현금 사용 비중이 높음
    • 한국은행은 2016년부터 동전 유통 및 관리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동전 없는 사회’사업을 추진하면서 전자결제 비중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구함
    • 그림 7 각 국가의 비현금 결제 비율
      그림 7 각 국가의 비현금 결제 비율
      ※ 출처 : 마스터 카드
  • 제로페이 활성화의 장벽 : 세계 최고의 신용카드 사용환경과 제도적 지원
    • (물적 인프라) 높은 카드결제기 보급률과 빠른 결제속도를 바탕으로 신용카드 소액결제 비율이 세계 1위임
    • * 인구 1백만 명당 POS단말기 44,280개로 세계 1위, 1인당 연간 카드결제 횟수로 세계 1위, 한 건당 이용액수 58.7달러로 소액비중도 최고수준(금용결제원 2014, 국내외 지급결제통계분석)
    • (제도적 인프라) 소상공인이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없고, 소비자에게 신용카드 수수료를 부과할 수도 없는 강력한 제도를 시행중임
    •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에 의해 신용카드 결제 거부는 불법이며, 동법 70조에 의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함
    • 소액결제까지도 신용카드 수납을 의무한 것은 국제적으로도 이례적인 제도이며, 이러한 소액결제의 증가는 VAN수수료를 고정금액으로 지불해야 하는 신용카드사의 이익구조에도 불리한 상황임
  • 시사점
    • 제로페이는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절감 차원을 넘어, 현금없는 사회를 위한 유효한 정책 수단이 될 수 있으므로 중소기업벤처부·지자체,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간 정책 연계를 강화하여 시너지를 창출할 필요가 있음
    • 소상공인이 소비자에게 제로페이로 결제를 유도할 수 있도록, 일정 금액 이하의 소액결제에 대해서는 신용카드 의무수납 제도를 변경할 것을 고려해야 함
    • 현재 신용카드만 의무수납 제도의 혜택을 누리므로, 현금이 아닌 결제 수단(제로페이, 간편결제, 신용·체크카드) 중 1가지 이상을 의무 수납하도록 제도를 변경하면 소상공인은 수수료가 저렴한 제로페이를 우선적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음
    • 1 현재 카카오페이와 BC카드가 사업 불참을 언급한 가운데 중기부가 카카오페이 측에 법인세 감면 혜택을 주어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 중 (헤럴드 경제 2018.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