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와 SW기업의 그럴듯한 동거를 위해
  • 유두호산업정책연구실 선임연구원
날짜202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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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SG와 SW기업의 그럴듯한 동거(同居)를 위해
    • 현대사회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키워드 중 하나는 ‘융합(Fusion)’이다. 우리는 다양하고 상충되는 가치가 공존하는 융합사회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국가의 운영원리가 발전에 기반한 효율성과 정의에 기반한 책임성이 수용되는 방향으로 변화하면서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였다. 발전을 내세우면서도 환경을 소홀히 하지 않고 이윤을 창출하면서도 공정의 가치를 놓치지 않는다. 이러한 융합사회의 모습은 어느 한 영역에서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정부를 포함한 공공부문과 민간기업, 비영리조직 등 다양한 조직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
    • 최근 융합사회에서 빠질 수 없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ment)를 의미하는 ESG다. 언뜻 보면 전혀 다른 키워드를 한데 모아놓은 느낌을 주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 가지 모두 현대사회에서 필수불가결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융합될 필요가 있는 요소들이다. 이에 국가 단위에서의 제도화가 진행되는 것은 물론 효율성을 강조하는 민간부문에서도 적극적인 대응을 위해 ESG 경영 전략을 도출하고 있다. 즉, 융합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주체들은 ESG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디지털 전환 사회에서 급격한 발전 속도를 보이는 SW기업들의 ESG에 대한 대응은 어디까지 왔을까? 앞으로 SW기업은 빠른 발전 속도만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압력도 강해질 수 있기 때문에 ESG와의 동거(同居)를 염두할 필요가 있다. ESG 경영 패러다임과 이에 대한 SW기업의 현 주소를 살펴보고 ESG와 SW기업의 동거를 위한 지름길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 ESG 경영 패러다임의 확산
    • ESG의 근원은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올라간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1987년 UNEP(유엔환경계획)과 WCED(World Commission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 세계환경개발위원회)가 공동으로 채택한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브룬트란트 보고서)에서 제시된 개념이다. 보고서에서는 인류가 빈곤과 인구 증가, 환경 파괴,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등의 위기에서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관계부처합동(2021) ESG라는 용어 자체는 2004년 UN 글로벌 콤팩트(UNGC)가 발표한 ‘Who Cares Win’ 보고서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었고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측면에서 이슈를 관리해야 한다는 Triple Bottom Line 개념으로 언급되었다. ESG에 대한 논의는 2006년 국제 투자기관 연합인 UN PRI(Principle Responsible Investment, 책임투자원칙)가 금융 투자 원칙으로 ESG를 강조하면서 본격적으로 확산되었고 이후 자본주의 4.0과 이해관계인 자본주의 담론의 등장과 코로나 19를 겪으며 발생한 기후변화, 환경보호 등에 대한 이슈는 ESG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 경영 활동을 환경 경영, 사회적 책임,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에 초점을 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달성하기 위한 기업 경영의 3가지 핵심요소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환경(Environment)은 기업경영 활동에서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전반적인 영향이 포함되며 기후변화 및 탄소 배출, 환경오염 및 규제, 생태계 및 생물 다양성 등이 고려된다. 사회(Social)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며 데이터 보호 및 프라이버시, 인권, 성별 평등 및 다양성, 지역사회와의 관계 등의 이슈가 부각된다. 거버넌스(Governance)에서는 기업의 경영진과 이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업의 투명한 지배구조와 관련된 개념으로서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의 구성, 뇌물 및 반부패, 기업윤리 등이 화두로 떠오른다.
    • 출처: KRX ESG포털 홈페이지 [그림1] ESG의 개념
    • ESG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의미하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는 다르다. 기존의 CSR 활동은 기업이 창출한 이윤을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역할을 경영에 포함시키는 개념이다. 즉,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업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다각적으로 고려하고 다양한 비재무적 요인을 강조하는 ESG가 보다 넓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ESG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CSR에 비해 상대적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간 CSR, ESG를 키워드로 두 단어가 언급된 기사 수의 분포를 살펴본 결과 [그림 2]와 같은 분포를 보였다. CSR이 언급된 기사 수의 분포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형태를 보였으며 기사 수도 최소 1,700개에서 최대 2,600개로 나타났다. 반면에 ESG가 언급된 기사 수의 분포는 코로나 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한 2020년부터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기사 수도 2022년 약 40,000개에 달하였다. 그만큼 ESG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며 기업의 경영에 있어 ESG 패러다임은 지속적으로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 빅카인즈를 활용하여 각각 CSR, ESG를 키워드로 분석함 [그림 2] CSR 및 ESG 언급 기사 수 추이(2018년∼2022년)
  • ESG 경영 방식의 동형화(Isomorphism)
    • ESG가 내세우는 가치는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조되면서 ESG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하나의 규범으로 자리 잡는 중이다. ESG라는 규범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사회에서 괜찮은 기업으로의 정당성(Legitimacy)을 부여받고 기업의 이미지를 관리하기 위한 전략수단으로 ESG 경영 방식의 도입이 행해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ESG 경영 방식이 도입되는 모습을 살펴보면 큰 틀에서 다수의 기업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에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 행위가 유사해지는 ‘동형화(Isomorphism)’로 표현가능하다. 조직의 동형화를 발생시키는 주된 요인 중 하나는 제도적 압력(Institutional Pressure)이다. 산업통산자원부는 기업에 대한 평가 기준이 비재무적 요소인 ESG로 빠르게 변화하고 다수의 기업들이 ESG에 대한 인식과 경험이 부족함을 고려하여 K-ESG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K-ESG 가이드라인은 정보공시,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4개 영영역과 총 27개 범주, 61개 진단 항목을 통해 구성되며 이를 통해 산업 전반의 ESG 수준 제고와 기업의 ESG 경영 적응을 목적으로 한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ESG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기업의 ESG 도입을 돕고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국내 기업들에게 통용될 수 있는 지표로 구성된 중앙정부의 ESG 해결책이다. 따라서 이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할 것 같은 제도적 압력으로 인해 ESG 경영 방식의 동형화가 발생할 수 있다.
    • 출처: 관계부처합동(2021) [표 1] K-ESG 가이드라인 진단항목 체계
    • 중앙정부 차원에서 국내 상황을 고려한 K-ESG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정도로 ESG가 추구하는 가치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지만 ESG 경영 방식의 도입이 동형적 확산의 형태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직 ESG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한 분야도 존재하고 인식은 하더라도 도입은 다소 더딘 분야도 있다. 이러한 경우 K-ESG 가이드라인이나 RE100 운동에 동참하는 기업의 사례처럼 ESG 경영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와 대응 방향을 제시하는 지표를 통한 학습과 타 기업에 대한 벤치마킹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학습이 이루어져 일정 수준 이상으로 ESG 경영이 안정화되었다면 자신만의 방식으로 차별화한 ESG 경영 방식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형화에 머무른다면 ESG 경영 방식이 큰 변화와 발전 없이 지속되거나 겉으로는 추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도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디커플링(Decoupling)의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ESG는 기본적으로 환경, 사회, 지배구조라는 추상적인 개념과 가치를 창의적인 방식으로 실현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 따라서 ESG 경영이라는 행위의 동형화가 이루어진 이후의 미래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ESG 경영 방식을 개발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이루어야 한다.
  • ESG에 대응하는 SW기업의 현 주소
    • ESG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SW분야에서도 ESG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의 활동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2022년 8월 ES G위원회를 발족하였다. ESG 위원회는 ESG 평가에 대한 대응부터 ESG 경영인식 전환을 위한 활동과 사회공헌 활동 등을 통해 SW기업이 ESG 경영을 도입하고 내재화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ESG 위원회의 최근 활동을 살펴보면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SW기업에게 요구되는 ESG 경영전략을 위한 강연을 개최하였다. 이를 통해 ESG 경영에 대한 SW기업들의 이해를 돕고 경영전략 가이드를 제공하고자 하였다.또한, 코드클럽한국위원휘와 함께 SW분야 교육격차 해소와 사회적 돌봄 강화를 목적으로 ‘초등학생 로봇코딩 스토리 오브 소프트웨어(SoS) 캠프’를 개최하여 사회취약계층 아동을 대상으로 교육캠프를 추진하였다. 아직 SW업계에서 ESG에 대한 인식과 구체적인 대응 전략이 다소 부족한 상황에서 협회의 ESG위원회 출범은 ESG 경영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 수준을 제고하고 향후 ESG 경영의 방향성을 잡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 출처: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홈페이지 [표 2] KOSA ESG 위원회의 활동계획
    • 출처: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홈페이지 [그림 2] KOSA ESG위원회의 주요활동
    • 협회 활동과 함께 SW기업들이 ESG를 실천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아직 타업종에 비해 활발한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차츰 ESG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할 수 있는 역할부터 수행하고자 하는 모습이다. 다수의 SW기업이 입주한 판교에서는 2022년 ‘판교ESG얼라이언스’가 결성되었다. 판교ESG얼라이언스는 2013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자 결성되었던 판교CSR얼라이언스의 후신이다. 안랩, 위메이드, 네오위즈홀딩스 등 판교테크노밸리에 소재 11개 기업이 회원사로 참여하여 ESG에 대한 교육, 세미나 등을 수행하고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느슨한 형태(weak ties)의 네트워크다. 안랩의 경우 KOSA ESG 위원회에 가입되어 있으며 임직원 대상으로 매월 환경, 인권, 반부패와 같은 주제로 ESG 교육을 실시하고 업무용 차량을 전기차로 교체하는 등 적극적으로 ESG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위원회에 속한 기업인 알스퀘어는 프롭테크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작년 UN 글로벌 콤팩트(UNGC)에 가입하는 성과를 보였으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ESG의 핵심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SW기업들도 ESG 경영 패러다임에 맞추어 차츰 ESG 경영 도입에 적극적일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어느정도 ESG에 대한 인식이 제고된다면 동형화를 넘어 SW기업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모색해야 할 타이밍이 곧 다가올 것이다.
    • 출처: 뉴시스 [그림 3] 안랩 - 임직원 대상 ESG 특강 출처: 전자신문[그림 4] 알스퀘어 – UN 글로벌 콤팩트 가입
    • ESG와 SW기업의 동거를 위한 지름길 - SW기업만의 장점을 극대화하라
    • 앞으로 ESG와 SW기업의 동거를 위해서는 ESG 경영의 동형적 확산 속에서 SW기업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SW기업의 성장은 디지털 전환 사회에서 AI, 메타버스, 클라우드 등 다양한 기술을 통해 디지털 경제를 확대시키고 국가 경쟁력 확보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의 활동이 갖는 의미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SW기업에서 조금 범위를 넓혀 ICT기업의 사례를 살펴보자. 삼성SDS는 특송 서비스를 비롯해 해상, 항공 등 모든 국제 운송업무와 물류 관련 통합 IT 물류 플랫폼인 첼로스퀘어(Cello Square)를 운영하고 있다. 첼로스퀘어는 고객이 견적부터 예약, 운송, 트래킹, 정산까지 모든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물류의 디지털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 최근 삼성SDS는 첼로스퀘어를 통해 견적 조회 때 거리, 운송량 등에 따라 물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상 탄소 배출량을 산출해 ESG 경영을 도울 수 있도록 탄소 배출량 추적 기능을 추가하였다. 첼로스퀘어의 사례는 기업의 주된 활동과 디지털 기술이 접목될 경우 ESG 또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활성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SW기업이 향후 차별화된 ESG 경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력을 핵심 동력으로 삼아 타 업종과 달리 자신만의 ESG 경영 방식을 개발하여 장점을 극대화해 나갈 것을 제안한다. 동거는 함께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ESG 경영의 패러다임이 확산되는 현대사회에서 SW기업 또한 변화하는 경영 패러다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ESG가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면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 동거를 단순히 함께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닌 ‘동반성장의 거름’을 줄인 말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소프트웨어(SW)는 디지털 전환 사회에서 창의적인 기술력을 통해 산업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고 ESG는 난제가 속출하는 미래에 대비하여 공존과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 SW기업과 ESG가 함께 성장하여 각자가 창출하는 가치가 더욱 확장될 수 있도록 서로의 거름이 되어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