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누구라도 동일한 금액을 받는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보수 진영에서부터 진보 진영에까지 찬반이 교차한다. 스위스와 같은 복지국가에서도 기본소득에 대한 국민투표가 진행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인공지능에 의해 일자리가 대체되는 시점에서 기본소득은 노동이나 인간의 가치에 대한 철학적 논의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시대 기본소득이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 그 의미를 찾아보자.
양극화와 노동정책
산업화사회의 도래는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했다. 농사를 짖던 사람들이 도시의 공장으로 몰려들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생산성은 높아지고, 부는 자본계급에 집중되었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분배가 제대로 되지 못하였다.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문제의 돌파구가 필요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1811~1816년 사이의 러다이트운동이 발생한 것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러다이트운동을 기계파괴 운동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노동자들도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방법으로 기계를 파괴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세련된 방법이 있었다면 그것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들에게는 새롭고 낯선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쉽게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는 700만 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대신 200만 개의 일자리가 생성된다고 예측했다. 인공지능에 의해 ‘노동 없는 생산’이나 ‘노동과 소득의 분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다.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은 경제적인 기반이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는 이를 뒷받침하는 기본이다. 그런데 가장 인간적인 삶을 가능하게 한다는 인공지능이 오히려 일자리를 잃게 만드는 것은 역설적이다.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양극화가 가속될 것이라는 주장은 이런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인공지능시대, 가속화될 양극화의 해소를 위해 정부의 정책역량이 집중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직업에 따라 기업은 작지 않은 수익을 발생시킬 것이다. 생산성도 그만큼 높아지기도 한다. 결국, 부의 편중이 또다른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18세기 러다이트 운동과 같은 노동운동이 발생하지 않으리라 보장하기 어렵게 된다. 아니 이제는 사회운동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아직은 뚜렷한 답을 찾기가 어렵다. 평생교육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새로운 전문기술을 익혀 대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이다. 그러나 전혀 다른 영역의 것을 배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실례로, 인공지능으로 사라질 콜센터 직원이 전직할 수 있는 영역이 인공지능 시대에 어떤 것이 있을지 생각해보자.
로봇세와 기본소득 논의
아울러, 정부는 인공지능이 산업현장에서 사용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노동정책과 그에 따른 해결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물론 전반적인 노동정책도 고려해야 한다. 일자리의 대체는 단순 인력만이 아닌 고도의 지식노동자도 해당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까? 그동안 의사결정지원 시스템으로서 인공지능 수준을 한정해왔다. 그러나 전반적인 분야에서의 노동대체성은 낮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회적인 대응체계가 수립되지 않는다면, 인공지능에 의한 사회문제 이전에 노동자에 의한 사회문제가 훨씬 크게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감소에 대한 방안으로써 EU에서 논의되고 있는 로봇세(Robot Tax)와 기본소득(basic income)을 고려할 수 있다. 로봇세는 로봇의 도입으로 일자리를 잃은 경우, 그에 따른 세금을 부과하자는 논의이다. 로봇세를 통해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본소득이란 “자산, 소득, 노동활동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정기적으로 일정액의 소득을 지급하는 것”(김은표, 2016)이다. 즉, 기본소득은 소득, 재산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2016년 스위스에서는 기본소득에 관한 규정을 헌법에 넣는 것에 대한 국민투표가 진행되었다. 결과는 부결되었지만,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기본소득 논의는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필요하다. 논의를 확대시키면서 기본소득의 적용가능성을 검토하고, 다른 대안도 같이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의 도입에 대한 논의는 두 가지로 갈린다. 먼저 부정적인 효과는 근로의욕 상실, 복제제도 축소, 세금 부담 증가, 일자리 감소 가속화 등을 들 수 있다. 반면, 긍정적인 효과는 복지 사각지대 해소, 근로 유인, 복지 관리 비용 감소, 빈부격차 감소, 낙인효과 방지, 청년창업자의 사회안전망 역할 등을 들 수 있다.
기본소득 자체가 국가예산을 사용하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에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다.
물론 국가예산 중 낭비되거나 기본소득을 통해 중복되는 부분은 배제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조세지출, 탈세 등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정책을 이끌어나간다면 어느 정도 마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혁신적인 결정이 필요할 것이다(김은표, 2016; 최영준, 2015).
인공지능과의 동존을 위한 삶의 가치
우리가 역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미래 예측이다. ‘인간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역사적 경험에 따라 산업화의 경험을 지능사회에서 또다시 반복하는 우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이 보편화될 지능사회의 모습은 인공지능과 인간이 싸우는 것이 아니라 동존(同存)하는 모습이어야 한다. 동존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 인식개선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렇지만 일자리를 로봇이 대체한다거나 하는 부정적인 인식은 가장 기본적인 가치에 대한 도전으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치적 대응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다행히 제20대 국회에서도 김세연 의원, 김종인 의원 등 여야 의원으로 구성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위한 모임(어젠다 2050)이 발족되기도 하였다.
역사적으로 기계와의 대립은 러다이트운동으로 기록하고 있다. 준비되지 않는 지능사회에서 인간은 또다른 대체재(代替財)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김윤명, 2016). 노동없는 생산이 가능한 지능사회에서, 인공지능과의 동존을 위해 인간의 기본적인 삶은 유지되어야 한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낸다고 하더라도, 소비할 수 있는 소득이 없다면 삶이 영위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기본소득은 임금을 받지 못하는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사회적으로 인정하게 되고, 가치 있는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보수 내지 진보 진영에서도 찬반이 교차하고 있다. 스위스, 핀란드 등 복지국가에서 논의되고 있는 제도가 기본소득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향후, 기본소득이 제도화되면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 정치(精緻)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삶과 일자리의 가치에 대해 고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