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날짜201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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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 “가볍게 생각하고, 재미있게 만들고, 빠르게 움직였던 게 우리의 강점”
    • “푸드테크로 식료품의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도전”
    • “최종적으로 남기고 싶은 것은 문화”
    • 이미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더 격렬하게 알고 싶었던 회사. 음식배달 서비스를 애용하는 일반인뿐 아니라 SW업계에서도 ‘배달의 민족’ 앱 개발사인 ‘우아한 형제들’은 이미 호기심과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치킨 식기 전에 컨펌해주세요’, ‘닭 java 먹자’, ‘먹을 땐 개발자도 안 건드린다’, ‘치MAC주소 82-82-ch-ic-kn’ 등의 광고는 많은 SW개발자들의 격한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했다. 지난 연말에 글로벌 투자 기업 골드만삭스로부터 40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는 이 ‘재미있는’ 회사에 대한 호기심이 진지한 관심으로 발전했다. 창업 5년 차를 맞이한 ‘우아한형제들’ 회사의 성과를 들여다보면 실로 놀랍다. 배달 앱 시장 점유율 약 60%, 누적 다운로드 1,800만 건, 월간 순 이용자 수 300만 명, 월간 주문량 300만 건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디자이너 출신 김봉진 대표의 ‘디자인 경영’에 어떤 특별함이 있어서일까? 5명이서 시작한 회사가 200명 임직원의 회사로 성장하기까지의 원동력이 궁금했다.
    • 회사라 생각하지 않아 가능했던 것들
    • 시간이 지나고 나서 우아한형제들의 행보에 대해 여러 분석과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돌이켜봤을 때 처음에 우리 조직을 회사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팀원 각자 회사에 다니면서 ‘이런 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데서 출발했고, 서비스명도 “‘배달의민족’ 어때? 재밌다.”고 하며 몇 초 만에 결정했다. 회사명도 당시 ‘용감한 형제’라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듣고 있다가 패러디하여 ‘우아한형제들’이라고 지은 것이다. 만약에 회사를 설립하고자 했다면 며칠 동안 고민하며 정했을 것들이다. 대개 창업할 때 사회적인 의미를 찾으려 하고, 초반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우리에게는 이 앱을 왜 만들고자 하는지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가볍게 생각하고, 재미있게 만들려고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동기부여가 됐었다. 사실 처음에는 그 누구도 사업의 가능성을 모르는 것이다. 우리도 모르고 투자자도 잘 모른다. 같이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를 바꿔 말하면 모두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배달의민족은 특히나 브랜드 마케팅 부문에서 그런 가능성이 유효했던 것 같다. 나는 사실 회사를 만들거나 서비스를 만드는 것보다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배달의민족의 브랜드 마케팅은 현대카드, 나이키가 하고 있는 방식이기도 하고 브랜드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하는 사람들의 방식을 취하고 있어서 표면적으로만 다를 뿐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다. 다만 이런 시도들이 스타트업 쪽에서는 신선하게 비친 것 같다. 나는 창업을 꿈꾸거나 기업가가 되려고 시작한 사람이 아니다. 배달의민족이라는 서비스를 잘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해서 자연스럽게 회사가 만들어졌고, ‘회사가 뭘까? 경영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실험하는 중이다.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존 러스킨 저)>라는 책을 보면, 사람이라는 동력 기관은 보수나 외압에 의해 최대의 노동량이 산출되는 게 아니라 오직 ‘애정’이 고유 연료로 쓰인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도 사업하면서 공감하는 바이다. 새로운 차원의 비즈니스모델과 근로자가 출현해도 경영과 인사시스템은 당근과 채찍이라는 과거의 정규화된 제도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그 점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답을 찾아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자발적 관심, 조직에 대한 소속의식, 일에 대한 소명의식이 구현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창의성과도 직결되어 있다.
    • 교육과 빅데이터로 시장의 파이 자체를 키우는 노력
    • 그동안 소상공인들은 치열한 경쟁 때문에 광고 전단지 제작과 배포에 적잖은 비용을 써야 했다. 우리는 이 전단지 분야를 혁신하고자 출발했다. 가맹업주들은 5.5~9% 상당의 합리적인 수수료를 내고선 전단지 보다 더 효과적인 광고 매체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고, 소비자들은 전단지를 모으는 대신 간편하게 모바일을 통해 음식 배달을 시키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작년에 우리 앱을 통해 거래된 식품 금액만 7천억 원을 기록했다. 우리는 더 나아가 가맹업주들에게 고객 관리, 리뷰 관리를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를 찾아가는 데에서 도움을 드리고자 가게 운영 비법 전수 강연 프로그램인 ‘배달 아카데미’와 ‘꽃보다 매출’이라는 1:1 맞춤 컨설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 컨설팅 과정을 마친 사장님의 가게 매출이 4배나 증가하는 사례도 있다. 이외에도 배달원 사고를 예방하는 오토바이 안전운전 무료교육 프로그램인 ‘민트라이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의외로 반응이 뜨겁다. 한편으로, 기존 전단지 배포 방식을 고수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왜 갑자기 배달의민족이 나타나서 더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있다. 이는 언론에서도 수수료 논쟁을 자극적으로 다루기만 한 측면이 있다. 발생한 전체 매출에서 수수료를 계산해보면 기존 전단지 광고 비용을 절반이나 줄였는데도 불구하고 단순히 ‘치킨 한 마리 팔면 얼마 남더라.’라는 프레임에 가둬버렸다. 우리 어머니도 30여 년간 음식점을 하신 분이기 때문에 그러한 시각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시대의 흐름을 놓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우리는 데이터가 많이 쌓이고 정교해지는 시점에 빅데이터를 활용해 관련 문제들을 풀어나갈 계획이다. 어느 지역에 어느 업종으로 창업하면 안 된다는 걸 알려드릴 생각을 하고 있다. 누군가의 귀중한 퇴직금을 창업한 가게가 폐업하지 않도록 시장 진입 자체를 막아주는 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물론 기존에 장사하시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오늘의 날씨, 행사 정보도 음식 배달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무더위가 이어지는 날보다는 전날과의 온도 차가 큰 ‘갑자기 더운 날’에 배달 주문이 늘어난다. 가게 사장님은 대충 ‘감’으로 알고 계시는 이 부분을 우리가 수치로 제공한다면 수요 예측을 통한 식재료 원가 절감을 할 수 있다. 빅데이터로 시장의 더 많은 가능성을 볼 수 있는 만큼, 장기적인 시장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 푸드테크로 식료품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도전
    • IT가 발전하면서 많은 분야에서 혁신이 이루어졌다. 우리 서비스 영역을 흔히 O2O라고 이야기하는데, 우리는 그 광범위한 영역 중에서도 음식 분야에 초점을 맞춘 ‘푸드테크(Food Tech)’로 범위를 좁혔다. 푸드테크란, IT 기술을 이용한 음식 검색 및 전자상거래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마존’에서는 초창기 기본적으로 배송 중 변질될 염려가 없는 책, 신발, 의류 등의 상품을 거래했다. 이후 제품이 잘 갖춰진 물류 시스템 즉, 정형화된 박싱 처리와 결합함으로써 전자상거래 시장이 활성화되었다. 푸드테크는 식료품의 신선도 저하 등 여러가지 문제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이보다는 고 난이도의 과제를 해결하는 분야이다. 예를 들어 식료품 정기배달 서비스 기업 ‘덤앤더머스’는 밤 10시까지 주문받은 신선제품을 다음날 7시까지 냉장차량을 이용해 전달하는 새벽 배달 서비스로 이 문제를 풀었다. 식료품은 가급적 빨리 냉장고에 넣어야 하는 법인데, 소비자들은 아침 출근길에 문 앞에 배달된 식료품을 바로 냉장고에 넣고 가면 되므로 변질 염려가 없다. 또한, 새벽 배달 서비스는 기존 비용구조의 변화를 가져왔다. 첫째, 교통 체증 시간대를 피함으로써 물류비가 현저히 줄어든다는 점과 둘째, 직접 배달로 인해 매장 임대료와 인건비가 들지 않으니 더 저렴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존에 싸고 좋은 제품을 찾아 쇼핑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소모했었는데 온라인 쇼핑을 통해 이런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식료품을 주로 매장에 가서 구매하지만 영국의 경우 식료품 매매의 15%가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해외의 다양한 사례처럼 우리나라에서도 푸드테크를 통한 식료품 쇼핑 방법의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 최종적으로 남기고 싶은 건, ‘문화’
    • 사람 생애의 처음과 끝에는 출생과 죽음이 있다. 회사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숱한 회사의 탄생과 소멸, 기업 형태의 변화에 관한 역사적 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 그 큰 흐름 속에서 과연 우리 회사는 어디쯤 있는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업의 끝은 결국 망하는 것이다. 100년 가는 기업이 된다면 좋겠지만, 그게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영속할 거라는 전제가 아니라, 언젠가는 망한다는 전제하에서 기업을 바라본다면 회사가 망할 때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우리 회사 같은 경우에 ‘푸드테크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켰던 기업’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지만, 그것보다 더 의미가 있는 회사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우아한형제들이 ‘건강한 조직 문화’를 만든 회사였으면 좋겠다. 나 또한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해봐서 알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자신이 다니는 회사를 자랑스러워하거나 사랑하지 않는다. 20대 중반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하여 은퇴할 때까지 하루 8시간 이상을 일하는 시간에 쏟는데 월급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회사에 다니는 건 너무 우울한 이야기이지 않나. 자발적 동기가 발현돼서 스스로 조직을 위해서 더 많은 잠재력을 끌어내고 이를 통해 조직이 발전하는 것, 친구들에게도 자신이 다니는 회사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을 꿈꾼다. 직원들이 즐거워야 좋은 제품이 나온다. 직원들에게 버킷리스트(Bucket List)를 받아 하나씩 회사 경영에 반영하고, 팀워크를 약화시키는 인사 평가를 없애고, 월요일 오후에 출근하는 ‘4.5일제’를 도입했던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였다. 결국 우리가 남기고 싶은 건 좋은 문화, 건강한 문화이다.
    • 종국에 회사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는 김봉진 대표. 인식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속칭 ‘잘나가는’ 기업의 대표가 ‘마지막 모습’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우아한형제들 구성원의 표정, 분위기, 아이디어, 성과에서는 어떤 기업보다 ‘삶’의 활기가 넘쳐보였다. 기업의 영속성이 아닌 한시성을 전제로, 종국에 우리회사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 바로 이것이 험난한 기업환경에서 어떤 기업보다 건강하고 장수할 수 있는 기업의 중요한 조건이 아닐까?
    • 인터뷰: 안경은 객원기자, 공영일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