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혁신, 결국 SW에 달렸다
  • 김진형 제1대 소장 (2013.12. ~ 2016.07.)
날짜2016.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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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당신의 고등학생 자녀가 교실에서 자고 있을 확률이 삼분의 2가 넘는다. 어느 교실이든지 무작위로 선택하여 확인해 보라. 앞자리에 모인 몇 명 학생을 제외하고는 모두 엎어져 잠을 자거나 딴짓을 한다. 교사는 교실의 통제를 포기했다. 작년에 방영된 방송을 보고 놀라서 서울 근교의 학교를 방문해 내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 학생들은 왜 수업에 관심이 없을까.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업 내용이 학원에서 배워서 다 아는 것이라고 한다. 설사 모른다 해도 곧 학원에서 배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원이 더 효율적으로 시험에 나올 핵심만을 꼭 찍어서 알려 줄 것이라고 믿는다. 선행학습이금지되고, 수행평가가 무시되는, 입시 위주 교육 현장의 모습이다. 시험 한방이면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고, 실수 안 하기 경쟁인 수학능력시험에서 잘 배울 필요가 없다. 오직 대학 입학시험 볼 자격을 얻기만 하면 된다.
    • 교육부에서는 내신을 기반으로 65%까지 수시 선발을 하라고 한다. 대학에서는 부실한 고교 내신 평가를 어떻게 믿느냐며 반발한다. 더구나 자기소개서에는 외부 경진대회 수상경력을 기록할 수 없다. 이쯤이면 '근거 없는 주관'으로 학생을 선발하도록 강요받고 있다고 해도과언이 아니다.
    • 다행히도 일부 뜻 있는 교사들이 이런 상황을 혁신하기 위해 나섰다. 고교 내신 평가에서 수행평가 점수를 70%까지 반영할 수 있는 것이 현행 규정이다. 수행평가란 학생이 직접 행하는 것을 측정하는 평가방법이다. 중간고사와 학기말 고사만으로 평가하라는 학부모들의 요구를 꿋꿋이 뿌리치기는 쉽지 않다. 숙제를 주고, 또 팀으로 탐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한다. 밤을 새워 이를 평가한다. 이를 기반으로 구체적인 수행평가서를 작성한다. 이런 교사들은 학생 개개인에 대하여 할 이야기가 넘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신 있게 주관적으로 학생을 평가하여 자존심과 명예를 걸고 학생을 추천한다. 이런 추천을 받은 학생은 입시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 이는 대학이 입시를 '근거 있는 주관'이 작동하게 하는 선순환의 시작이다. 선순환의 시작이 교사의 성의 있는 수행평가에서 시작된 것이다.
    • 지긋지긋한 암기위주의 학교 교육,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인터넷상에서 검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됐지 왜 시시콜콜한 것을 외워야 하는가. 100년 전에나 필요한 사람을 키우는 우리의 교육은 그 내용과 방법의 혁신이 필요하다. 비판적 사고, 소통, 협동 능력을 바탕으로 창의력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 교육 내용은 새 시대에 필요한 것으로 지속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과학기술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발견과 새로운 기술이 넘쳐나니 옛 것은 축약돼야 한다.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이 시대에 디지털 소양은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 특히 소프트웨어를 작성해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꼭 필요하다.
    • 교육의 방법도 혁신해야 한다.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스마트 미디어를 활용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교육 현장으로부터 교육 방법의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거꾸로 교실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까지는 교실에서 처음 배우고 집에서 복습과 숙제하는 것이 일상적이었다. 거꾸로 교실이란 이것을 뒤집은 것이다. 미리 동영상으로 과업 내용을 학습한 후에 학교 수업에서는 질문과 토론, 또는 주어진 미션을 수행한다. 일방적으로 지식 전달만 받던 학생들이 이제는 참여하고 협동하여 지식을 발견하는 것이다. 교사와 학생들이 교실 내외에서 SNS를 적극 활용한다. 학생들이 재미있어한다. 수업 효과가 좋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 물론 동영상 자료는 수업을 담당한 교사가 공급하는 것이 기본이다. 교사가 가르칠 내용을 동영상으로 미리 제작하는 작업은 만만치 않다. 그러나 젊은 교사들이 열정으로 도전하고 있다. 교육 당국에서는 이 작업을 도와야 한다.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자유로이 교육자료가 공유되는 인터넷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 학교 현장에 원활한 무선인터넷이 가능해야 한다. 다행히 무선 외장하드디스크를 사용하면 통신사 망을 거치지 않고도 교사가 교실단위 무선인터넷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런데 학교가 보안 지역이라는 이유로 무선 외장하드디스크 반입을 제한하고 있다. 당국이 교사들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학사행정 자료는 보안 되어야 하지만 학교 전체가 보안지역일 필요가 있을까. 거꾸로 교실의 확산, 교육 당국이 나서라.